벤처투자 표준계약서 3년 만에 개정…스타트업·투자자 공정계약 기반 마련

채성군 기자

등록 2026-07-01 09:35

중소벤처기업부가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함께 마련한 벤처투자 표준계약서를 개정하고 공정한 투자계약 문화 확산에 나선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이 30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스타트업벤처 캠퍼스 서울(SVC 서울)에서 열린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 선포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강지훈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 이준희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상근부회장,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회장, 유동준 엔젤협회 상근부회장.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벤처투자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불공정 계약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마련한 새로운 표준계약서가 공개됐다. 스타트업의 협상력을 높이는 동시에 투자자의 권익도 균형 있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계약 체계를 전면 손질하면서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6월 30일 한국벤처투자와 함께 스타트업벤처캠퍼스 서울에서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 선포식'을 열고 개정된 '벤처투자 표준계약서'를 발표했다. 행사에는 벤처·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새로운 계약 기준을 공유하고 공정한 투자문화 확산 의지를 밝혔다.


이번 개정은 2023년 이후 3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지난해 12월 출범한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포럼'의 논의 결과를 반영했다. 포럼에는 스타트업과 투자자, 법률 전문가, 유관기관 등이 참여해 글로벌 투자 기준에 부합하는 계약 체계 마련을 논의해 왔다.


새 표준계약서는 투자계약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스타트업의 협상력을 보완하고 성장 단계별로 예측 가능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현장에서 분쟁 가능성이 높았던 계약 조항을 정비해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계약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큰 변화는 계약 체계의 단순화다. 기존에는 32종의 통합형 계약서가 사용됐지만 앞으로는 투자계약서(SPA)와 주주간계약서(SHA)를 분리하고 계약 유형도 5종으로 축소해 계약 작성과 검토의 효율성을 높였다.


투자자의 사전동의권 행사 방식도 개선됐다. 기존에는 투자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구조여서 후속 투자나 기업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개정안은 투자 라운드별 집합적 동의 방식으로 변경해 투자 시기별 이해관계를 보다 합리적으로 반영하도록 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중심이었던 투자 관행에도 변화가 생긴다. 표준계약서는 글로벌 투자시장 흐름에 맞춰 전환우선주(CPS)를 중심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방향을 제시해 창업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고 투자 방식의 국제적 정합성을 높였다.


전환권 행사 시 적용되는 리픽싱 방식도 손질됐다. 기존 최저가 방식은 기업가치가 하락할 경우 창업자의 지분 희석이 과도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개정안은 기존 주주와 투자자 간 이해관계를 함께 고려하는 가중평균 방식을 기본안으로 제시해 균형성을 높였다.


기업공개(IPO) 관련 조항 역시 현실에 맞게 수정됐다. 기존 계약은 기업이 반드시 상장을 달성해야 하는 결과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상장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는 '최선 노력(Best Effort)' 의무를 기준으로 삼아 기업의 과도한 책임 부담을 줄이도록 했다.


창업자와 이해관계자 보호 장치도 강화됐다. '벤처투자법' 개정에 따라 오는 12월 30일부터 시행되는 제3자 연대책임 금지 규정을 표준계약서에 명확히 반영해 창업자 가족이나 관계인에게 과도한 책임이 전가되는 사례를 방지하도록 했다.


한국벤처투자는 개정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계약 조항별 해설과 중요도를 담은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및 해설서'를 제작해 배포한다. 해설서는 6월 30일부터 관련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며 7월부터는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책자 형태로도 보급될 예정이다.


정부는 현장 확산을 위한 후속 지원도 본격화한다. 스타트업 원스톱 지원센터 상담 인력을 대상으로 표준계약 교육을 실시하고 전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투자회사 전문인력과 준법감시인 교육과정에 개정 내용을 반영해 실무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한국벤처투자도 권역별 위험관리 공동연수에서 투자자들에게 개정 계약서와 해설서를 안내하며 현장 적용을 지원한다. 아울러 선포식 이후 열린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포럼'에서는 SAFE와 조건부 지분전환계약(CN) 등 초기기업 투자 방식의 활성화 방안도 논의됐으며, 중기부는 3분기에도 포럼을 이어가며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추가 제도 개선 과제를 발굴할 방침이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은 "공정하고 건전한 벤처투자 계약문화가 정착될 때 창업자는 안심하고 도전할 수 있고, 투자자는 정당한 권익을 보호받으며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며 "개정된 벤처투자 표준계약서와 해설서가 현장에 신속하게 확산·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벤처투자 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채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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